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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로판/완결/외전-감금물의 하녀로 살아가기

by 반짝이는별님 202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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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물의 하녀로 살아가기

 

 
 
소재도 독특하고 빙의물인데 시간여행에 드래곤에 아주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다.
로판하면 빙의물이 이제 거의 필수 요소 중 하나가 되어버린 만큼 빠질 수 없지만, 결말도 예상이 되고..
그래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일부 발췌합니다.
 


 59화.

 
 
이미 알고 있었겠지. 내게 요리를 해오라던 순간부터 이미 작정했을 거다. 내가 할 말을 준비하는 동안, 그도 나를 설득할 말을 준비한 것이다.
처음 다이닝룸에 들어왔을 때 그가 보고 있던 책이 그 증거였다.
나는 그의 눈을 응시했다. 붉은 노을처럼 타오르는 시선은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고목 같았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여 생각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과연 나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
“어디 한번 말해보거라.”
그가 오만한 군주의 얼굴로 명했다. 이미 나를 다 읽고 있는 것처럼.
알버트가 나를 잘 읽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본디 사람은 서로 가까울수록, 선입견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재해를 겪었어요, 왕자님.”
나는 덤덤히 이야기했다. 그는 메르시에게 이미 알렉산더가 선택한 재해가 무엇이었는지 들었을 테다.
역시나, 알버트는 전혀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 덤덤히 나를 응시하는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 잘 알겠구나. 계약자가 되면 얼마나 큰 고통이 오는지 이미 겪었을 테니까.”
그가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는 모른다. 내가 겪은 악몽이 무엇이었는지를. 나는 고개를 느리게 저었다.
“왕자님, 저는 거기에서 하양이가 죽는 모습을 봤어요.”
그제야, 그가 동요했다. 여태 산처럼 꿈쩍도 않던 남자가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는 당혹스럽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생일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하양이를 보며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저는 그 순간을 후회했어요.”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건 저와 왕자님 사이에도 해당되는 말이잖아요.”
“드래곤과 사람은 다르단다, 로제. 살아가는 시간도, 삶도.”
“왕자님, 저는 하양이가 고통받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요.”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차마 그의 눈을 볼 수 없었다. 시선을 조용히 내리깐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사랑하는 이들을 그냥 보낼 수 없어요, 더 이상.”
“…….”
“가족을 그렇게 보냈기 때문에.”
그가 과연 어떤 표정을 할까, 궁금했다. 내 과거는 처음으로 털어놓는 것이었으니까.
고개를 살짝 올렸다. 알버트의 얼굴은 읽기 어려웠다. 그가 일부러 얼굴에 표정을 지웠는지도 몰랐다.
“그게 제게 가장 큰 고통이었어요.”
샹들리에의 빛 아래 진 그림자가 그의 눈가에 내려앉았다. 그는 지독하게 피곤해 보였다. 눈두덩이를 짓누른 알버트가 짓씹듯 내뱉었다.
“안 돼.”
단번에 그를 설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알버트의 그 특유의 말투가 소설의 색깔을 또 나타낸다고 본다.

총 147화 완결이고 외전 9화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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